"선정적 콘텐츠, '효자 콘텐츠'인 만큼 엄격한 제재 의지 보이기 어려울 수 있어"
네이버가 스트리밍 시장 확대를 가속화하는 것은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등 해외 빅테크 기업이 네이버의 빈자리를 빠르게 파고들고 있어서다. 사진은 지난 29일 상의를 드러낸 채 치지직에서 방송하고 있는 스트리머들의 모습. /사진=치치직 캡처
31일 IT(정보기술)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치지직에 중간 광고와 구독형 광고 제거 상품 등을 내놓는 등 스트리밍 시장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네이버가 선정적 콘텐츠로 스트리머, 시청자의 부정적 인식을 고착화할 수 있는 문제를 안고서라도 스트리밍 시장 확대를 가속화하는 것은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등 해외 빅테크 기업이 네이버의 국내 입지를 흔들고 있어서다.
"네이버가 유튜브에 잠식당하고 있는데 대책이 있으십니까" 지난 3월 열린 네이버 정기주주총회에서 한 주주가 최수연 네이버 대표에게 물었다. 최근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등 외산 플랫폼들이 국내 사용자들의 '시간'을 압도적으로 점유하면서 네이버의 위기가 도래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잦았다. 특히 미래 핵심 소비층인 10대 사용자의 외산 플랫폼 편중 현상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데 이들이 10대들이 선호하는 짧은 텍스트, 이미지, 영상을 앞세운 전략을 펼치자 검색 중심 플랫폼 네이버의 입지는 갈수록 흔들렸다.
외산 플랫폼이 선점한 숏폼 시장에 균열을 내기 위해 네이버는 지난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을 개편하며 클립을 전면에 내세우고 관련 사업 고도화에 나섰으나 차별화 전략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는다. 이를 의식한 듯 지난해 12월 치지직을 내세워 동영상 콘텐츠 라인업을 강화하고 정식 출시 1달도 안 돼 치지직에 중간광고와 '치트키'란 이름의 구독형 광고 제거 상품을 내놓기도 했다. 일찌감치 매출 다각화 작업에 나선 셈인데 최대한 빨리 치지직으로 성과를 내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이다.
문제는 현재 방송 플랫폼의 매출 대부분은 '별풍선'이나 '치즈' 등 스트리머가 이용자로부터 선물 받은 유료 상품 수수료에서 발생한다는 것이다. SOOP 매출 70~80%는 유료 상품에서 나오는데, 구체적인 수치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치지직 매출 대부분도 유료 상품 관련 수익일 것으로 관측된다.
광고와 구독형 광고 제거 상품이 플랫폼 실적에 기여하는 '수익 치트키'인 것은 맞다. 다만 치지직은 구독형 상품에 끼울 킬러콘텐츠도 적을뿐더러 치지직의 광고 제거 구독 상품은 유튜브 프리미엄 대비 600원 싼 가격이지만 제공하는 혜택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광고 제거 외 사용자 향 기능은 이모티콘·닉네임 컬러 추가뿐으로 음악과 동영상 다운로드 등 다기능을 제공하는 유튜브 프리미엄과 비교해 콘텐츠 매력도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는 평가다.
일각에서는 선정적 콘텐츠가 트래픽과 매출을 끌어올리는 '효자 콘텐츠'인 만큼, 네이버가 엄격한 제재 의지를 갖기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현재 치지직은 VOD 서비스에서는 AI를 이용한 필터링 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라이브방송에 대해서는 사전 차단을 하지 않고 있어 우려에 확산된다. 트위치는 AI기술을 이용해 실시간으로 선정적 방송을 차단하고 SOOP도 AI를 통한 실시간 모니터링 이후 전담인력이 즉시 해당 방송을 확인해 실시간 차단 여부를 결정한다.
전문가들은 치지직이 선정성 논란을 해결하지 않으면 플랫폼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굳어질 가능성이 크며, 이는 네이버가 스트리밍 시장에서 안정적인 성장 기반을 다지는 데 장애가 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학과 교수는 "네이버가 주식시장에 상장도 돼 있는 만큼 청소년을 비롯한 사회·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이 작지 않다"며 "규제 이슈를 피하기 위해서라도, 또 국민 기업 네이버에 벗방(벗는 방송)과 과도한 노출 방송 등 저질 콘텐츠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부정적 이미지가 고착화 될 수 있다는 점에서라도 적극적 해결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네이버 관계자는 "경고 차단 조치 등 적절한 징계 조치를 통해 대응을 하고 있다"며 "최근 라이브방송에서도 AI를 통한 실시간 모니터링을 진행해 보완하는 방안도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어 향후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보완·업데이트를 지속할 것"이라고 했다.
김성아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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